프리즈 삼청 나이트의 밤 산책을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안국역에서 가깝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인도의 여성 역사를 특유의 관점으로 다룬 날리니 말라니의 개인전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헤이 나와, 트레이시 에민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는 아라리오뮤지엄이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특히 갤러리와 뮤지엄 사이에 있는 중정에선 라이브 재즈 공연과 함께 샴페인과 맥주가 제공될 예정이다. 밤 산책의 시작점으로 이보다 훌륭할 순 없다.ADD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DATE 9월 7일, 23:00까지.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의 여세를 몰아 프리즈 시즌에 〈성능경의 망친 미술행각〉을 준비했다. 한국 실험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성능경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신관에선 기하학적인 추상의 도구로 기호로서의 감정과 언어, 도시와 삶 등의 주제를 풀어낸 작가 사라 모리슨의 전시 〈Pinecones and corporations〉를 만날 수 있다. 제목이 은유하는 자연과 산업의 광경들이 기하학적인 화면의 구성으로 생생하게 살아난다.ADD 서울 종로구 삼청로 8, 14(신관)DATE 9월 7일, 24:00까지(17:00 오프닝 리셉션).
삼청 나이트에는 프리즈 VIP 티켓을 소지한 사람들을 위해 미술관 전체를 밤 10시까지 무료로 연장 운영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두 보려면 조금 빨리 도착해도 좋겠다. 한국의 근대성을 탐구하는 회화 작가 서용선의 개인전 〈내 이름은 빨강〉, 신체가 살아 있는 조각으로 제시되는 퍼포먼스 설치 작품 〈봅 킬 & 니나 바이어: 필드트립〉, 조형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 〈오프사이트〉가 열린다. 그 외에도 다양한 도슨트 프로그램과 아티스트 토크가 준비되어 있으니 꼼꼼히 체크해볼 것.ADD 서울 종로구 율곡로 87DATE 9월 7일, 22:00까지(프리즈 VIP 소지자 무료).
학고재 본관에선 사실적인 형상 회화로 한국 현대 회화의 묘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이우성의 개인전이 펼쳐진다. 거대 담론이 사라진 탈역사 시대에 인간과 사랑, 평온의 언어로 평면을 표현하는 이우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관에선 표현의 방향은 이우성 작가와는 구분되는 추상이지만, 사랑의 가치를 찾는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하는 지근욱의 개인전이 열린다.ADD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DATE 9월 7일, 22:00까지.
Anish Kapoor, ‘In-between II’, 2021.
올해 예술계에서 아주 흥미로운 사건 중 하나는 아니시 카푸어가 ‘회화만’ 전시한 사건이었다. 해외에서 먼저 공개된 설치미술가 아니시 카푸어의 회화 작품, 작가가 혼자 그리고 혼자 감상만 하던 다수의 작품들이 이번 프리즈 기간 국제갤러리를 통해 삼청동에서 선보인다. 인간의 신체 기관과 선혈을 연상케 하는 충격적인 이미지, 평면에서 튀어나온 듯 거친 입체들이 새롭다. 한편 국제갤러리 한옥에서는 세계의 주술사로 변모 중인 양혜규 작가의 작품들이 디스플레이 형태로 전시된다.ADD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DATE 9월 7일, 23:00까지.
TIP 삼청동을 산책하는 순서한남이나 청담과는 달리 삼청의 갤러리들은 걸어서 이동할 만큼 좁은 지역에 몰려 있어 밤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안국역에서 내려 아라리오 뮤지엄의 다양한 작품들을 무료로 감상하고 중정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 마시고 난 후 산책을 시작한다. 율곡로를 따라 열린송현녹지공원에 전시된 거대한 철제 파빌리언 ‘하늘소’의 밤 풍경을 감상한 후 갤러리 현대의 전시를 관람하고, 샛길을 통해 아트 선재로 향한다. 학고재를 들러 국제를 지나 삼청동길을 천천히 걸어 PKM 갤러리를 돌아보고,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파티로 수미쌍관의 밤을 완성한다. 이 기사의 번호 순서대로 움직인다고 보면 될 것이다. PKM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야경을 놓치지 말 것.
Pierre Knop, ‘Mountain Rain’, 2023.
프리즈 서울 부스엔 참가하지 않은 갤러리 ‘초이앤초이’지만, 이날의 파티 분위기에는 빠지지 않는다. 독일 작가 우베 헤네켄, 피에르 크놉의 〈달콤한 풍경, 미지의 행인들(Sweetscapes and Strangos)〉 2인전이 열린다. 독일의 19세기 비더마이어 양식을 그대로 따라 환상적인 색감으로 표현한 헤네켄의 풍경화와 마치 영혼이라도 있는 듯 생동하는 피에르 크놉의 풍경화를 비교해 감상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작은 파티도 열릴 예정이니 슬쩍 구경을 해봐도 좋겠다.ADD 서울 종로구 팔판길 42DATE 9월 7일, 23:00까지.
구정아, ‘MYSTERIOUSSS’, 2017, 3D animation.
삼청동에서 가장 훌륭한 경치를 자랑하는 PKM에서는 이 기간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단독 작가로 선정된 구정아의 개인전 〈공중부양〉이 열린다. 야광 별들이 빛나는 평면 작품 ‘세븐 스타즈’ 시리즈, 공공미술 형태로 시작해 한국 현대미술에 작은 방점을 찍은 ‘스케이트 파크’ 시리즈 등이 과거 그의 대표작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선 책과 드로잉, 2D와 3D 프린트, 정태적인 조각과 부유하는 설치 등 이질적인 매체로 구성된 신작들을 선보인다.
ADD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40
DATE 9월 7일, 22:0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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