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Travel
진보와 퇴행, 미래와 과거, 이미지와 오브제, 그리고 규칙을 찾을 수 없는 텍스트를 자신의 가족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뒤섞어 꾸민 작품이자 공간이 로르 프루보의 «심층 여행사»이다. 작가에 따르면 자신의 아저씨가 가족 모임 때마다 세계 곳곳에 만들겠다고 했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Uncle’s Travel Agency Franchise, Deep Travel Ink.)〉는 2016년 프랑크푸르트 지점 이후 마이애미, 뉴욕에 이은 네 번째 가맹점이다. 높이 120cm, 폭 80cm에 불과한 작은 문을 통해 여행사로 들어가면, 사무실에서 흔히 마주치는 거울, 책상, 모니터, 화분 같은 흔한 사물이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오라 속에서 느슨하게 말을 걸어온다. 여행사 사무실과 연결된 극장에서는 중층적인 스토리텔링과 강렬한 사운드 등으로 이뤄진 영상작품 〈신앙적으로 돈 버는 방법〉(2014)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시장 밖으로 나왔을 때 우리를 기다리는 건 여러 갈래로 해석 가능한 〈올라가셨어야죠(YOU SHOULD HAVE GONE UP〉(2019)라는 포스터 문구를 활용한 작품. 프랑스 작가로는 유일하게 영국의 터너 미술상(2013)을 수상한 로르 프루보의 이번 전시는 6월 5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신화·환상·상상의 유리구슬
‘유리구슬 조각’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2년 1월 파리의 프티 팔레를 찬란하고 영롱한 유리구슬로 수놓았던 «The Narcissus Theorem»의 첫 해외 순회전이다. 미술관 내부의 화이트 큐브 공간뿐만 아니라 야외 공간을 활용해 연꽃, 목걸이, 매듭 연작 등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재료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형식적 실험과 작업과정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는 내용적 실험, 여러 문화권의 수공예가들과 협업을 통해 구축한 오토니엘의 확장된 세계는 그지없이 화려하게 여름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6월 16일부터 8월 7일까지.
고대인과 공명하고자
한국적 미의식의 원형을 탐구하는 작가 김혜련의 개인전 «예술과 암호, 마한의 새»가 은평역사한옥박물관과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작업 전반기에 유화를 그리다 먹으로 선회하여 전국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찾아 문양 연구에 매진했고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고대미술〉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1부 ‘마한의 새’ 파트에는 마한백제문화권에서 발굴되는 새발무늬 토기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흙과 가까운 빛깔의 나무판에 골판지를 붙이고 그 위에 먹으로 호방하게 암호를 그렸다.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 선보이는 2부 ‘정적의 소리’ 파트에서는 전라남도 나주시 운곡동, 전라북도 임실군, 강원도 삼척시에서 직접 본 고대 암각화를 재해석해 먹으로 그려낸 작업을 선보인다. 수차례의 드로잉 과정을 거쳐 한껏 고양된 상태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먹 작업에 착수한다는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추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의 목적은 고대인이 토기에 빗금을 긋는 태도나 돌에 새긴 추상 문양을 통해 고대인과 공명하고자 함이라고 말한다. 6월 12일까지.
꽃이라는 영원불멸의 존재
꽃은 다양하게 드러나는 아름다운 형태와 수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작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소재 중 하나다. 고대 이집트의 연꽃, 중세 태피스트리, 보티첼리와 라헬 라위스,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와 앤디 워홀까지. 소수 블루칩 작가들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 유럽을 중심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들을 특별한 기획 아래 함께 소개해온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이번 «Flower» 전시에서 한국, 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40인이 꽃을 오마주한 작품을 선보인다. 구상·추상회화 그리고 조각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꽃의 종류만큼 꽃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도 무궁무진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5월 1일까지 계속된다.
New Paintings
한국에서 아직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부터 눈길을 끈다. 댄 캐머런은 지난 40여 년간 뉴뮤지엄 등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카타리나 그로세, 니콜 아이젠만 같은 동시대 주요 작가들과 미술 담론을 다룬 여러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가상공간과 같은 비물질성이 강조되는 현 미술계의 흐름을 거슬러 가장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루는 알렉스 도지(Alex Dodge), 에스테반 카베사 드 바카(Esteban Cabeza de Baca), 라피 칼란데리안(Raffi Kalenderian) 그리고 서정적인 캘리포니아의 풍경화로 여러 분야에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타이슨 리더(Tyson Reeder)의 작품을 소개한다. 아메리칸 페인팅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5월 20일부터 7월 2일까지 성북동에 있는 갤러리 BB&M에서 진행된다.
아트랜드로 오라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이 현대미술을 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겸 전시를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서도호의 «서도호: 아트랜드»를 준비 중이다. ‘아트랜드’는 작가가 약 7년 동안 가족과 함께 찰흙을 모형화하여 만든 환상적인 생태계를 이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세계 짓기(world-building)’를 통해 전시 참여자가 아트랜드를 함께 완성해가는 인터랙티브한 활동을 끌어낸다. 7월 14부터 2023년 3월 중순까지.
대구미술관에서는 국내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다니엘 뷔렌의 전시를 개최한다. 뷔렌은 1960년대 말, 거리로 나와 흰색과 유채색이 반복되는 스트라이프 종이를 게시판에 붙이면서 인 시튜(In-Situ) 작업을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을 제작하며 전통적으로 예술에서 추구되던 가치들을 부인한 그는 이 시기 미술 제도를 비판하고 익명성, 비개인성, 중립성 등을 주장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작가는 일상의 공간이나 건축물, 주변 환경 등 특정 시공간이 주는 영감을 토대로 한 장소특정성 미술로 작업을 확장해갔다. 파리 팔레 루아얄에 영구 설치한 〈두 개의 고원〉(1985-86)이 이 시기 대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외관의 창 전체를 여덟 개의 컬러 필름으로 배열한 설치미술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장의 예술 세계를 다채롭게 조명할 예정으로 미술관 안팎의 여러 장소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대구미술관 어미 홀을 컬러풀하게 장식할 대형 설치 〈아이의 놀이처럼〉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월 5일부터 12월 25일까지.
빛이 있으라
페이스 갤러리는 새롭게 개관하는 1층 공간에서 1960년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빛과 공간예술(Light and Space Movement)’의 주축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Bending Light II»를 선보인다. 로버트 어윈, 제임스 터렐, 래리 벨, 헬렌 파시지안 등의 영롱한 작품들은 구와 선이라는 형태 속에 잠재된 빛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공간적으로 풀어내며 ‘몰입과 체험의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랙티브나 미디어아트 전시를 위해 기술적인 부분과 관람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해 디자인한 공간은 암막 커튼, 벤타 블랙 페인트로 칠한 기둥, 인디언 블랙 컬러의 바닥 등에서 연극적인 바이브가 물씬 풍긴다. 1층 전시 공간 후면에 아트북과 에디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티하우스를 올여름 오픈할 예정이며 현재 조민석 건축가의 설계가 완료된 상황이다.
기존 갤러리 공간이었던 2~3층에서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국내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메리 코스의 신작을 볼 수 있는 전시 «Seen and Unseen»이 열리고 있다. 회화를 ‘자연 그 자체’로 여기는 작가는 회화에 빛을 구현할 방법을 찾던 어느 날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안 도로를 달리다 차 전조등 빛의 움직임에 따라 도로 표지판의 밝기가 달라짐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도로 표지판과 차선이 눈에 잘 띄도록 만드는 데 사용되는 산업 재료인 유리 마이크로스피어로 1978년 〈화이트 라이트 페인팅〉을 제작했다. 이후 40여 년간 회화를 통한 형이상학적 경험을 관객과 공유하며 시리즈를 이어왔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눈앞의 빛도 함께 변하고 따라서 작품도 시시각각 변한다. 관람자의 인식이 작품을 창조한다.”
«Seen and Unseen»은 4월30일까지, «Bending Light II»는 5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진보와 퇴행, 미래와 과거, 이미지와 오브제, 그리고 규칙을 찾을 수 없는 텍스트를 자신의 가족사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으로 뒤섞어 꾸민 작품이자 공간이 로르 프루보의 «심층 여행사»이다. 작가에 따르면 자신의 아저씨가 가족 모임 때마다 세계 곳곳에 만들겠다고 했던 〈아저씨의 여행사 가맹점, 심층 여행사(Uncle’s Travel Agency Franchise, Deep Travel Ink.)〉는 2016년 프랑크푸르트 지점 이후 마이애미, 뉴욕에 이은 네 번째 가맹점이다. 높이 120cm, 폭 80cm에 불과한 작은 문을 통해 여행사로 들어가면, 사무실에서 흔히 마주치는 거울, 책상, 모니터, 화분 같은 흔한 사물이 어딘지 모르게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오라 속에서 느슨하게 말을 걸어온다. 여행사 사무실과 연결된 극장에서는 중층적인 스토리텔링과 강렬한 사운드 등으로 이뤄진 영상작품 〈신앙적으로 돈 버는 방법〉(2014)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전시장 밖으로 나왔을 때 우리를 기다리는 건 여러 갈래로 해석 가능한 〈올라가셨어야죠(YOU SHOULD HAVE GONE UP〉(2019)라는 포스터 문구를 활용한 작품. 프랑스 작가로는 유일하게 영국의 터너 미술상(2013)을 수상한 로르 프루보의 이번 전시는 6월 5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다.
‘유리구슬 조각’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2년 1월 파리의 프티 팔레를 찬란하고 영롱한 유리구슬로 수놓았던 «The Narcissus Theorem»의 첫 해외 순회전이다. 미술관 내부의 화이트 큐브 공간뿐만 아니라 야외 공간을 활용해 연꽃, 목걸이, 매듭 연작 등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재료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형식적 실험과 작업과정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는 내용적 실험, 여러 문화권의 수공예가들과 협업을 통해 구축한 오토니엘의 확장된 세계는 그지없이 화려하게 여름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6월 16일부터 8월 7일까지.
한국적 미의식의 원형을 탐구하는 작가 김혜련의 개인전 «예술과 암호, 마한의 새»가 은평역사한옥박물관과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작업 전반기에 유화를 그리다 먹으로 선회하여 전국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찾아 문양 연구에 매진했고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고대미술〉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의 1부 ‘마한의 새’ 파트에는 마한백제문화권에서 발굴되는 새발무늬 토기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흙과 가까운 빛깔의 나무판에 골판지를 붙이고 그 위에 먹으로 호방하게 암호를 그렸다. 삼각산금암미술관에서 선보이는 2부 ‘정적의 소리’ 파트에서는 전라남도 나주시 운곡동, 전라북도 임실군, 강원도 삼척시에서 직접 본 고대 암각화를 재해석해 먹으로 그려낸 작업을 선보인다. 수차례의 드로잉 과정을 거쳐 한껏 고양된 상태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먹 작업에 착수한다는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추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의 목적은 고대인이 토기에 빗금을 긋는 태도나 돌에 새긴 추상 문양을 통해 고대인과 공명하고자 함이라고 말한다. 6월 12일까지.
꽃은 다양하게 드러나는 아름다운 형태와 수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작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소재 중 하나다. 고대 이집트의 연꽃, 중세 태피스트리, 보티첼리와 라헬 라위스,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와 앤디 워홀까지. 소수 블루칩 작가들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 유럽을 중심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들을 특별한 기획 아래 함께 소개해온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이번 «Flower» 전시에서 한국, 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40인이 꽃을 오마주한 작품을 선보인다. 구상·추상회화 그리고 조각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꽃의 종류만큼 꽃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도 무궁무진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5월 1일까지 계속된다.
한국에서 아직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부터 눈길을 끈다. 댄 캐머런은 지난 40여 년간 뉴뮤지엄 등에서 수석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카타리나 그로세, 니콜 아이젠만 같은 동시대 주요 작가들과 미술 담론을 다룬 여러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가상공간과 같은 비물질성이 강조되는 현 미술계의 흐름을 거슬러 가장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다루는 알렉스 도지(Alex Dodge), 에스테반 카베사 드 바카(Esteban Cabeza de Baca), 라피 칼란데리안(Raffi Kalenderian) 그리고 서정적인 캘리포니아의 풍경화로 여러 분야에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타이슨 리더(Tyson Reeder)의 작품을 소개한다. 아메리칸 페인팅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5월 20일부터 7월 2일까지 성북동에 있는 갤러리 BB&M에서 진행된다.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는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이 현대미술을 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겸 전시를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서도호의 «서도호: 아트랜드»를 준비 중이다. ‘아트랜드’는 작가가 약 7년 동안 가족과 함께 찰흙을 모형화하여 만든 환상적인 생태계를 이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세계 짓기(world-building)’를 통해 전시 참여자가 아트랜드를 함께 완성해가는 인터랙티브한 활동을 끌어낸다. 7월 14부터 2023년 3월 중순까지.
대구미술관에서는 국내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다니엘 뷔렌의 전시를 개최한다. 뷔렌은 1960년대 말, 거리로 나와 흰색과 유채색이 반복되는 스트라이프 종이를 게시판에 붙이면서 인 시튜(In-Situ) 작업을 시작했다.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작품을 제작하며 전통적으로 예술에서 추구되던 가치들을 부인한 그는 이 시기 미술 제도를 비판하고 익명성, 비개인성, 중립성 등을 주장했다. 1980년대를 기점으로 작가는 일상의 공간이나 건축물, 주변 환경 등 특정 시공간이 주는 영감을 토대로 한 장소특정성 미술로 작업을 확장해갔다. 파리 팔레 루아얄에 영구 설치한 〈두 개의 고원〉(1985-86)이 이 시기 대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외관의 창 전체를 여덟 개의 컬러 필름으로 배열한 설치미술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거장의 예술 세계를 다채롭게 조명할 예정으로 미술관 안팎의 여러 장소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대구미술관 어미 홀을 컬러풀하게 장식할 대형 설치 〈아이의 놀이처럼〉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월 5일부터 12월 25일까지.
페이스 갤러리는 새롭게 개관하는 1층 공간에서 1960년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빛과 공간예술(Light and Space Movement)’의 주축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Bending Light II»를 선보인다. 로버트 어윈, 제임스 터렐, 래리 벨, 헬렌 파시지안 등의 영롱한 작품들은 구와 선이라는 형태 속에 잠재된 빛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공간적으로 풀어내며 ‘몰입과 체험의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인터랙티브나 미디어아트 전시를 위해 기술적인 부분과 관람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해 디자인한 공간은 암막 커튼, 벤타 블랙 페인트로 칠한 기둥, 인디언 블랙 컬러의 바닥 등에서 연극적인 바이브가 물씬 풍긴다. 1층 전시 공간 후면에 아트북과 에디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티하우스를 올여름 오픈할 예정이며 현재 조민석 건축가의 설계가 완료된 상황이다.
기존 갤러리 공간이었던 2~3층에서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국내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메리 코스의 신작을 볼 수 있는 전시 «Seen and Unseen»이 열리고 있다. 회화를 ‘자연 그 자체’로 여기는 작가는 회화에 빛을 구현할 방법을 찾던 어느 날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안 도로를 달리다 차 전조등 빛의 움직임에 따라 도로 표지판의 밝기가 달라짐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도로 표지판과 차선이 눈에 잘 띄도록 만드는 데 사용되는 산업 재료인 유리 마이크로스피어로 1978년 〈화이트 라이트 페인팅〉을 제작했다. 이후 40여 년간 회화를 통한 형이상학적 경험을 관객과 공유하며 시리즈를 이어왔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눈앞의 빛도 함께 변하고 따라서 작품도 시시각각 변한다. 관람자의 인식이 작품을 창조한다.”
«Seen and Unseen»은 4월30일까지, «Bending Light II»는 5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사진으로 사회속 개인을 고찰하다
〈파리, 몽파르나스(Paris Montparnasse)〉(1993), 〈99센트(99Cent)〉(1999, 리마스터 2009) 같은 사진작품을 통해 거대한 사회 속 개인의 존재에 대해 고찰해온 현대사진의 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신작 두 점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Andreas Gursky»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에 공개되는 〈얼음 위를 걷는 사람(Eislaufer)〉(2021)은 라인강 인근 목초지에서 얼음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스트레이프(Streif)〉(2022)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스키 코스의 엄청난 경사를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 평면으로 보여주며 경험의 층위에 따른 차이를 감각케 한다. 이외에도 ‘조작된 이미지’ ‘미술사 참조’ ‘숭고한 열망’이라는 주제 아래 1980년대 중반 초기작부터 코로나 시대에 제작된 2022년 신작까지 총 40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8월 14일까지.
안동선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미술관의 투명하게 짙은 고요, 호기심의 불씨를 던져주는 작품들, 그리고 주변의 맛집 때문에 이틀이 멀다 하고 전시를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