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서울로...국경 넘은 예술공감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 11 Juli 2023

한국과 독일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양국 갤러리 4곳에서 교류전이 열린다. ‘베를린에서 서울로 : 지평선 넘어’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엔 서울 삼청동의 초이앤초이 갤러리, 독일 베를린의 베르멜 폰 룩스부르크 갤러리, 서울 청담동의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 등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서울을 만나다’는 기획전의 연장선 상에서 한국 작가 8인과 독일작가 8인의 작품을 선별했다. 최진희 초이앤초이 대표는 “16인의 작업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는 것이 쉽진 않았으나, ‘정체성’과 ‘존재’라는 공통 주제로 국경을 넘나드는 예술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동시에 열리는 전시는 최 대표의 설명대로 공통점보다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두 나라 현대 미술 작가들이 작가적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변웅필 작가는 얼굴이 사라진 인물화로 겉으로 보이는 외모로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를 은유한다. 송지형의 설치 작업은 사회 안에서 관계로 실현하는 개인의 정체성을 다룬다.

 

그런가 하면 헬레나 파라다 김의 한복 시리즈와 정재호의 근대화 상징 같은 건물, 남신오의 파편화 한 건축물은 문화적 상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개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서사를 대변하는 사물 사이의 연결성을 부각하며, 과거의 잔재가 현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정소영의 설치는 생태계를 토대로 인간성을 정의하고, 로버트 판은 레진과 색소를 혼합하는 특유의 창작 과정에서 자연적 발생을 포착한다.

 

반면 피터 헤르만은 일상을 관찰해 베를린의 건축물, 환경미화원, 일상적 사물을 포함한 도시환경을 묘사하고, 송지혜는 평범하고 우스꽝스러운 현대인의 삶을 보여준다. 프릿츠 본슈틱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버려진 물건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치체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잔느 로텐바허와 이태수는 조각과 설치를 통해 보편적 이해와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세바스티안 하이너와 레프 케신은 정체성에 관한 탐구로 작가 본인의 성찰을 이어간다. 전원근과 데이비드 레만은 정신 상태, 감정과 같은 내적 영역을 다루며 회화 본연에 대해 천착한다.

 

최 대표는 “한독 수교를 기념하며 국가 차원이나 기관 차원의 대규모 행사는 있지만, 우리 같은 민간 회사들 차원의 움직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독일 작가를 한국에, 한국 작가를 독일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마리오 베르벨 베르벨 폰 룩스부르크 갤러리 대표는 “서울은 글로벌 아트신에서 집중 조명받기 시작했고, 베를린은 유럽 미술계 중심지다. 가장 힙한 두 도시가 협력했다는 것이 이번 전시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윤섭 아이프매니지먼트 대표는 “최근 서울에 대한 관심은 미술 시장 중심이다. 현물로 작품 가치에 집중하다 보니 작가 비전이 등한 시 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작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8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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