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골목길을 걷다보면 옥상 위에 비스듬히 두 다리로만 지탱하는 의자 위에 올려진 바위가 보인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 초이앤초이 갤러리 1층에서는 유리판 위에 올려진 더 큰 바위가 있다. 멀리서 보면 ‘공중부양’을 하는 바위 같다. 속이 빈 스티로폼과 건축자재인 석면코트 등으로 질감을 구현해 만든 인공의 돌이다. 맞아도 다칠 일은 없다. 착시 효과에 위트까지 더해진 흥미로운 설치작업이다.
초이앤초이에서 이태수 작가의 개인전 ‘그리고 시간이 멈추었다(And time stood still)’가 31일까지 열린다. 환경조각학을 전공한 작가는 극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우리의 보편적인 이해와 인식을 배반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말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조각들을 선보인다.
땅이 꺼질 것처럼 무겁고 거대한 바위와 철근은 유리잔 위에 지탱되고,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져야 마땅한 물체들은 공중에 고정되어 눈을 혼란스럽게 한다. 최진희 초이앤초이 대표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의 실체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무겁게 보이는 돌이 실제로는 무겁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2층 전시장 벽에는 돌이 걸려있다. 날아와 박힌 것처럼. 작가는 운석의 속도감을 표현하려 돌에 빗금도 새겼다. 돌은 수백년동안 모양을 유지하는 영원성의 상징으로 보이지만, 더 긴 시간 속에서는 가루, 모래가 된다. 돌을 선택한 건 영원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기도 하다. 작가는 조각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담기 위해 작품을 구상했다. 과학적인 정교한 계산을 통해 돌을 세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균형점을 찾고 설치를 한다.
의도적으로 만든 재료의 모순을 통해 본질과 가치란 무엇인지에 질문을 하는 그의 대형 설치 작업들은 공공 설치미술로도 각광받고 있다. 세종시 정부청사를 비롯해 전주 무형유산원, 금강CC, 삼일제약 사옥 등에 다채롭게 설치되고 있다. 올해 부석사에서 열린 ‘기특기특–세계유산축전’에서도 절의 이름에 걸맞는 공중부양하는 바위를 설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