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o Serious?' 독일 작가 필립 그뢰징어, 아시아 첫 개인전 개최

이미희 기자, 퍼블릭뉴스, 12 Juli 2022
독일의 중진작가 필립 그뢰징어(Philip Grözinger)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의 전시장 세 곳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공동대표 최진희.최선희), 청담동의 호리아트스페이스(대표 김나리)와 아이프라운지(대표 김윤섭) 등에서 회화작품 및 색채드로잉 각 40여점씩 총 8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명에서 볼 수 있는 'WHY SO SERIOUS(왜 진지하니)?' 라는 질문으로 작가는 상황에 있어 불필요한 진지함과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 슬픔과 기쁨, 혼돈 등의 다양한 메세지를 품어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문제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같은 상황 속에서 비관적으로만 깊게 빠져들어 사고한다면 공포스러움에 지배당해 육체와 정신이 피폐해 질 수 있습니다.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과정은 해결점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그뢰징어는 유머를 통해 마음 속 긍정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는다고 말했다. 


필립 그뢰징어 개인전 전경, 호리아트스페이스 (사진=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필립 그뢰징어, PHILIP GRÖZINGER, All safe, All well, 2022, Oil on canvas, 145x160cm (사진=호리 아트스페이스 제공)
그의 작품의 첫인상은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 무한한 생동감을 경험하게 한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인간이 느끼는 절대적 자유, 고독함에 대해 들여다 보고 SF 영화나 공상과학 소설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현대 사회 속 우리의 삶은 정의 내릴 수 없는 제각각이고 고유한 이질적 감성으로 충만하다. 이것은 그뢰징어가 매우 다양한 색상과 기법을 혼용하여 유기적인 내러티브 화면을 만들어내는 이유이다. 국한된 재료나 장르에 포함 되어있지 않은 필립 그뢰징어 만의 특색있는 작업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희한한 배경과 그 안에 기이한 형태의 생명체들이 유영한다. 미스터리한 기계식 구조나 요새, 불타는 스카이라인 등은 공상과학이나 레트로(retro)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표현은 총체적 불안감, 카오스적 혼돈과 유머가 뒤섞여 흥미로운 감성적 자극을 선사하고 있다.

그뢰징어 그림의 또 다른 매력은 작품을 감상자에게 넘겨 스토리를 완성하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머릿속에 맴도는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 때로는 이런 인상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조차도 모를 때가 있어요. 그림을 그리거나 특정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그 영감들이 어디서 온 건지를 서서히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순간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런 기억의 파편들과 과거의 순간들을 내 그림 속에 배치하는 것! 이 과정이 정말 즐겁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거나 머릿속이 가득할 때면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그림 하나로는 많은 것들을 모두 담기에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죠. 그러면 도미노처럼 다음 그림으로 넘어가 어느 순간 한 시리즈가 탄생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그 이야기의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입니다."라 전했다.

필립 그뢰징어 개인전 전경, 초이앤초이갤러리 (사진=호리아트스페이스 제공)
작품을 흥미롭게 감상 할 수 있도록 삼청동과 청담동 전시장에는 두 가지의 소주제로 구분된다.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는 'LONELINESS'라는 소주제로 인간감정의 고독과 외로움의 감정이 어떻게 또 다른 생명력의 원천을 이룰 수 있는지 만나본다. 그리고 청담동의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는 'CURIOSITY'라는 소주제를 통해 인간적 감성의 첫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호기심이 얼마나 자유로운 해석과 재미를 작품들로 승화할 수 있는지 확인 해 볼 수 있다. 

필립 그뢰징어가 태어나서 자란 구동독 브라운슈바이그 시는 국경지대에서 50km 남짓 떨어진 도시이다.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이었으며 어머니는 영국에서 온 이방인으로,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성장하였다. 부모님에게 전달 받은 우울감이나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경험 등이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어있다. 그는 분단과 통일이라는 역동적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에 오면 가장 가보고 싶었던 장소로 임진각을 꼽았다. 실제 임진각에 방문해 어린시절의 기억을 생생하게 상기시키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 베를린 작업실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느낀 기억과 감정의 조각을 정리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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