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릿츠 본슈틱 개인전 ‘Pink's not red’

남미리 기자 , 문학뉴스 , 13 Mai 2024

초이앤초이갤러리(서울 종로구 팔판길42)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프릿츠 본슈틱(Fritz Bornstück, 1982~)의 전시회 ‘Pink's not red’를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개최한다.

본슈틱은 문명의 폐기물, 즉 인간의 발상으로 시작됐고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쓰레기를 ‘수집’한다. 인류의 잔재는 도시와 시골, 식물과 동물 사이, 숲과 들판, 정원, 그리고 해안과 물가의 자연을 배경으로 새롭고 기이한 모습으로 재조명된다. 작가는 덤불과 나무 사이에 자리잡은 쓰레기 더미, 버려진 물건들이 자신의 비애를 묵묵히 이야기하는 ‘비 장소(non-place)’를 그린다. 그 장면 속 등장인물 중 인간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홀로 남겨진 새들, 지혜로운 부엉이들, 개구리들, 그리고 곤충들만 얼굴을 비출 뿐이다. 이 생물들은 인간에 의해 퇴색된 자연의 세계, 끊임없이 증식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자연계가 인간계에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다.

그림 속 자연은 우리에게 속삭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유니콘의 밤(Night of the Unicorn)에 등장하는 반 고흐 풍의 해바라기 꽃다발은 버려진 장식장 위 분홍색 꽃병 안에 말라 비틀어진 채 놓여있다. 또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통통한 너구리는 커다란 햄버거를 먹고 있다. 그저 코미디로 지나칠 수도 있는 이 장면은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며 패스트푸드에 치명적으로 중독되는 사태를 암시한다.

그의 작업의 모티브는 단순히 ‘디스토피아’라는 키워드, 혹은 캐리커처 같은 간소화한 메시지로 쉽게 정의할 수 없다. 그의 섬세하고 적나라한 정물화 속 버려진 가구, 램프, 책, 오래된 타이어와 드럼통, 용기, 기계, 옷, 그리고 독성의 폐기물을 땅이나 개울로 흘려보내는 수도관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프릿츠 본슈틱은 구텐베르크 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UdK)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그는 레이코 이케무라(Leiko Ikemura)의 지도로 학사과정을 마친 후, 토마스 지프(Thomas Zipp)의 마이스터 쉴러로서 수석 졸업했으며, 암스테르담의 De Ateliers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본슈틱은 다수의 개인전과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코펜하겐의 아르켄 미술관을 포함한 유럽의 다수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17일 오후 6시에 열리는 개막 기념 리셉션에는 작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출처 : 문학뉴스(http://www.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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