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CHOI&CHOI Gallery presents Wonkun Jun’s solo exhibition, "Why We Need to Learn the Language of Plants." Jun, based in Düsseldorf, Germany, has continued to showcase his work across South Korea and various countries in Europe.
Jun's artistic process is an act of dedication. Employing only four colours – red, yellow, green, and blue, his pieces demand endless time and patience. Achieving specific shades beyond these four colours involves numerous combinations and attempts. The colours, blended in layers on the canvas surface rather than a palette, require careful observation of each stroke as it dries. By the time this meticulous process concludes, a year may have passed.
While one might initially associate his work with minimalism or geometric abstraction, Jun's approach differs from the philosophical purity of Malevich or De Stijl. His continual process of brushstrokes, drying, wiping, and reapplication is akin to the 3,000 bows of devotion performed by Buddhists, aligning more closely with the ideals of monochromatic painting in Korea, where patience and endurance are central to the practice.
Despite his residence in Europe for over 25 years, Jun maintains that his work does not entirely diverge from Eastern influences. Beginning with the colour representation of fragments from his own memories, his art delves into childhood recollections and reaches back to the remnants of history that precede him. During his visits to Seoul, the artist collects traces of the city's history and the ever-changing façade of the metropolis, engraving these fleeting impressions onto the canvas. In the end, each piece becomes a self-portrait of personal experiences, a record of shared history, and a mirror reflecting the viewer.
As the painting is marked by the accumulation of memories and experiences, its process holds equal significance to the final outcome. Even within his monochromatic works, completed with shades of white, red, or blue, multiple layers of colour seep through the edges, serving as tangible evidence of his meticulous process. To emphasize the passage of time in his oeuvres, swatches of fabric from the studio floor are displayed alongside the paintings, bearing the accumulated paint splotches from the past year.
The artist feels a kinship with a potted plant by the window. Plants communicate in hushed tones, announcing their presence through subtle senses such as colour and smell. Jun's work echoes this sentiment, revealing itself through years of steadfast and quiet effort rather than flashy exteriors that catch the eye. The fruits of his labour, cultivated by adding paint to the canvas across changing seasons, speak in their own language. The viewer, attuned to their words, responds with a language of their own, tending to the garden.
[KOREAN]
초이앤초이 갤러리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의 개인전 ‘식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선보인다.
전원근의 작업은 수행이다. 빨강, 노랑, 초록과 파랑. 네 개의 색상만을 가지고 완성되는 작가의 작품은 지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네 가지 색상 외 특정 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합과 시도를 거치고, 팔레트가 아닌 캔버스 표면에서 섞이는 색들은 한 획의 붓질이 마르기까지 기다리고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여 이 모든 노고와 기다림이 결정점에 다다를 때 즈음 이미 한 해가 지나가기도 한다.
미니멀리즘 또는 기하학적 추상에 기반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말레비치 또는 데 스틸의 철학적인 이상과는 달리 수백 번에 걸친 붓질과 마르기, 닦아내기, 그 위에 또다시 시작되는 붓질은 마치 불교 신도의 삼천 배를 보는 듯하여, 오랜 수행과 인내심이 중심에 있는 한국의 단색화에 가깝다.
유럽에서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머물고 있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동양적인 것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은 자기 자신의 기억 속 파편의 일부를 색으로 표현하며 시작되고, 이러한 기억들은 작가의 유년기를 거슬러 역사의 잔재들로 넘어간다. 작가는 자신의 주기적으로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도시에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들, 그리고 끊임없이 변해가는 대도시의 모습들을 채집하고 작품에 새긴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 한 점 한 점은 개인적 경험을 담은 자화상이자, 우리의 역사를 담은 기록이며, 보는 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기억과 경험을 축적하며 그려지는 전원근의 그림은 따라서 그 과정 또한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언뜻 보기에는 흰색, 붉은색, 푸른색 등 단순히 한 가지 색상만으로 그려진 듯 보이는 작품의 가장자리에도 오랜 시간 여러 겹의 색을 입히며 기다린 작가의 흔적이 다양한 색채로 스며들어 있다. 시간의 잔재가 쌓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의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1년 동안 작업실 바닥에 자리 잡고 있던 물감을 머금은 천이 한 해를 함께한 작품들 사이 자리 잡는다.
작가는 창가의 화분에 자리 잡은 식물을 보며 어떠한 동질감을 느낀다. 식물은 소리치기보다는 색감, 후각과 오감 등 조용하고 여린 언어로 자신을 알린다. 작가의 작업 또한 겉으로 화려하거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연륜을 기반한다.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고 화분에 물을 주듯 물감을 캔버스에 더하며 그려지는 전원근의 식물은 그 만의 언어로 조용히 말을 건다. 그 말을 들어주는 관객 또한 정원을 가꾸듯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그림과 대화를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