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Life or "Don't Stare so Romantically!"
An Attempt at Interpreting the "Civilization" Metaphors of Berlin Painter Fritz Bornstück
By Ingeborg Ruthe
The sea is dark, almost sombre. Whether the fiery sky above, adorned with greenish shreds of clouds, represents morning or evening glow remains uncertain. However, the fan-like rays shining upwards from the horizon in The Left Canal (Der Linke Kanal)do not come from the sun. They are laser beams, perhaps emanating from a distant beach, or from a ship of fools where a party is in full swing.
It could also depict a sea patrol scenario, illuminated by the glaring spotlights from Europe's coastal border guard, Frontex.
Fritz Bornstück, a painter straddling the realms of romanticism and pop culture, eschews human subjects and instead portrays the remnants of their consumption discarded in nature. The sight of his hardly romantic maritime motif is somehow oppressive, with the view to the shore still blocked by a monstrous jumble of cast-off computers and monitors. They are rendered – or perhaps intentionally made – useless for any internet communication on land or sea. They may have been washed ashore on some southern coast as refuse from the “rich world”. The coast's impoverished reality is evidenced by the pitiful makeshift power lines and few meagre prickly pears.
Perched atop this disposable installation of 2024’s information-drive modern society is a lone bird. Lonely and puzzled, yet chirping cheerfully. As lonely, puzzled, and resonant as a great-grandmother’s golden gramophone and her great-grandson’s (already outdated) laptop that sit on a wooden pallet atop barrels in a stormy sea. In a world with no more values – only an insatiable hunger for the latest trends, where are the treasured achievements and cultural dreams of bygone eras drifting?
Europe's museums are currently celebrating with great pomp the 250th anniversary of the birth of the German Romanticist Caspar David Friedrich. There, we see his atmospheric, subtle seascapes, with sailboat riggings in the mist, in moonlight, at sunrise and sunset. Berlin painter Fritz Bornstück appreciates and loves these cherished, old-masterly motifs of art history. As an artist of the 21st century, however, he subverts the solemn tone. Through his expressive and abstracting brushstrokes, the thickly applied then scraped-off oil paints, and re-painted surfaces, he seems to echo the words of epic poet Bertolt Brecht: ‘Don't stare so romantically!"
Through all the paintings of the Berlin artist, however, there runs a subtle melancholic mood. Yet it is not the wistfully sighing, romantically philosophical meditation on the unavoidably transient nature of all things earthly – a sentiment found in the iconic vanitas and still-lifes of Europe’s poignant Baroque and Romantic eras. Bornstück was born in 1982 and began painting in the early 21st century amidst rapid technological advancements, in an era where yesterday's cutting-edge innovation became today's obsolete relic overnight. He transforms the rejected and the obsolete into artistic statements, imbuing them with a sarcastic sense of worth. He is, in essence, a "hardened observer of reality." However, he approaches this with passion, with refined forms and colours that range from subtle to bold.
In all of his paintings, he "collects" the discarded - the waste of civilization invented by the human mind and crafted by human hands - and reassembles it in a new, bizarre context alongside nature in both urban and rural landscapes, amidst flora and fauna, in forests, fields, gardens, and along shores and beaches. He portrays "non-places" - wild garbage heaps nestled between bushes and trees, where objects silently tell their tales of fate. Human figures are absent; there are only solitary birds, wise owls, frogs, and insects. They serve as admonishing mythical messengers from the natural realm tarnished by humanity – a realm that proliferates relentlessly and offers hope amidst it all.
This painted nature whispers and screams at us. In the painting "Night of the Unicorn," a Van Gogh-esque sunflower bouquet stands in a pink vase, dried up on top of a discarded cabinet in the landscape. Bornstück also depicts a chubby raccoon devouring a "big burger." The scene is not mere comic relief, but serves as a poignant metaphor for how wildlife has adapted to human environments, even becoming fatally addicted to fast food as they unnaturally sustain themselves.
In all of his paintings, the culprits who callously discarded the fruits of their prosperity are present; their former possessions haunt the world as undead spirits. This painter refrains from moralizing. His motifs are not dystopian, and certainly not amusing caricatures. The artist unmistakably suffers alongside the tormented, destroyed nature. And like Don Quixote against windmills, he fights for it with brush, paint, and ceramic Coca-Cola cans with crushed cigarette butts and "reed flowers." He infuses his tenderly brutal still lifes with a sarcastically surreal effect, as if they were sentient beings – these discarded furniture, lamps, books, old tires and barrels, containers, gadgets, clothes, and the water pipes from which toxic sludge flows into the earth or the stream. And amidst the piles of wealth‘s debris, jungle-like, are the plants, frogs, insects, and birds reigning above it all. Their forced adaptation to the destructive consumer society is blatant. But how long can this go on?
정물화, 또는 "너무 낭만적으로 쳐다보지 말라!"
베를린 화가 프릿츠 본슈틱의 작품 속 “문명”에 대한 고찰
잉게보르크 루테 (Ingeborg Ruthe)
미술 평론가
어두운 바다는 어딘가 엄숙하다. 녹색 실구름이 떠 다니는 불타는 하늘이 아침 햇살을 나타내는지, 혹은 저녁 석양을 그린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왼쪽 운하 (Der Linke Kanal/The Left Canal)의 지평선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부채꼴의 광선은 태양빛이 아닌 듯한데, 멀리 떨어진 해변 또는 파티가 한창인 유람선에서 퍼져 나오는 레이저의 불빛인 것 같다.
혹은 유럽의 해안 국경 경비대인 프론텍스(Frontex)의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불빛이 하늘을 밝히고 있을 수도 있다.
낭만주의와 대중문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작가 프릿츠 본슈틱은 인물을 그리지 않고, 자연에 버려지는 인간 소비문화의 잔재를 그린다. 그의 작품 속 바다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으며, 버려진 컴퓨터와 모니터에 가려지는 풍경은 오히려 억압적으로 느껴진다. 버려진 전자기기들은 이미 육지에서도, 바다에서도 통신기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 이것은 의도적으로 계획된 상황이었을까? “상류 세계”의 쓰레기들은 남해안 어딘가로 떠내려왔고, 낙후된 전력선과 말라 비틀어진 선인장은 인류의 잔해가 정착한 이 해안의 빈곤한 실태를 증언한다.
2024년 정보사회를 대변하는 이 설치물 위에 새 한 마리가 자리잡았다. 작은 새는 외롭고 길을 잃었지만 쾌활하게 지저귀고 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떠다니는 드럼통 위에 얹혀진 나무 팔레트를 타고 항해하는 증조할머니의 축음기와 증손자의 (이미 구식이 된) 노트북처럼 외롭고, 길을 잃었고, 지저귄다. 숭고한 가치는 이미 사리지고 오직 더욱 새로운 것을 향한 끊임없는 갈망만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지나간 시대의 소중했던 소망과 꿈들은 어디를 향해 표류하고 있을까?
유럽 곳곳의 미술관들은 현재 독일 낭만주의의 대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 의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성대한 축제를 올리고 있다. 바다를 그린 작가의 웅장한 풍경화가 미술관의 회고전에 다수 전시되고 있고, 그림 속 돛단배는 안개속에서, 달빛속에서, 일출과 일몰을 배경으로 바다를 항해한다. 이렇게 미술사에 새겨진 올드마스터들의 모티브는 프릿츠 본슈틱의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21세기의 예술가로서 그는 엄숙한 분위기를 뒤집는다. 표현적이고 추상적인 붓질, 두껍게 발리고 다시 긁어 베껴지는 유화 물감, 그리고 그 위 다시 칠해지는 캔버스 표면을 통해 작가는 독일의 극 작가이자 서사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명언을 반복한다: “너무 낭만적으로 쳐다보지 말라!”
그러나 베를린 작가들의 작품에는 아직도 미묘한 우울함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유럽의 바로크와 낭만주의 회화의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에 담긴 죽음의 필연성에 대한 아련하고 철학적인 사색과는 결이 다르다. 1982년 출생의 본슈틱은 어제의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하루아침에 오늘날의 쓸모없는 유물로 여겨지는21세기 초에 작업을 시작했다. 버려지고 쓸모를 잃어버린 것들을 작업의 소재로 재활용하여 풍자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작가는 현대사회의 실태를 탐구하는 “완고한 관찰자” 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찰이 담긴 작품은 감정이 결여되어 있지 않고, 정교하고 과감한 색감과 형태는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본슈틱의 모든 그림은 문명의 폐기물, 즉 인간의 발상으로 시작되었고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쓰레기를 "수집"한다. 인류의 잔재는 도시와 시골, 식물과 동물 사이, 숲과 들판, 정원, 그리고 해안과 물가의 자연을 배경으로 새롭고 기이한 모습으로 재조명된다. 작가는 덤불과 나무 사이에 자리잡은 쓰레기 더미, 버려진 물건들이 자신의 비애를 묵묵히 이야기하는 "비 장소(non-place)"를 그린다. 그 장면 속 등장인물 중 인간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홀로 남겨진 새들, 지혜로운 부엉이들, 개구리들, 그리고 곤충들만 얼굴을 비출 뿐이다. 이 생물들은 인간에 의해 퇴색된 자연의 세계, 끊임없이 증식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자연계가 인간계에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다.
그림 속 자연은 우리에게 속삭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유니콘의 밤 (Night of the Unicorn)에 등장하는 반 고흐 풍의 해바라기 꽃다발은 버려진 장식장 위 분홍색 꽃병 안에 말라 비틀어진 채 놓여있다. 또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통통한 너구리는 커다란 햄버거를 먹고 있다. 그저 코미디로 지나칠 수도 있는 이 장면은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며 패스트푸드에 치명적으로 중독되는 사태를 암시한다.
작가의 모든 그림에는 자신의 부의 잔재를 냉담하게 버린 범인들이 죽지 못하고 세상을 떠도는 소유물의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의 작업의 모티브는 단순히 ‘디스토피아’라는 키워드, 혹은 캐리커처 같은 간소화한 메세지로 쉽게 정의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고통받고 파괴되는 자연과 공감하는 작가는 풍차에 맞서는 돈키호테처럼 붓, 페인트, 도자기 코카콜라 캔, 담배꽁초와 “갈대꽃”을 들고 맞서 싸운다. 그의 섬세하고 적나라한 정물화 속 버려진 가구, 램프, 책, 오래된 타이어와 드럼통, 용기, 기계, 옷, 그리고 독성의 폐기물을 땅이나 개울로 흘러 보내는 수도관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초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부의 잔재가 뒤섞인 쓰레기 더미를 정글같이 뒤덮는 식물, 개구리, 곤충, 그리고 새들이 그 모든 것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자연계의 생물은 파괴적인 소비 사회에 이렇게 강제적으로 적응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