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초이앤라거 갤러리는 서울 지점의 두번째 기획전으로 2017년 1월 17일부터 2월 24일까지 김영헌 작가의 개인전 Virtual-Scape 가상 풍경 전을 개최하면서 김영헌 작가의 신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초이앤라거 갤러리 쾰른 지점에서 열리고 있는 김영헌, 쉐인 브레드포드 2인전과 같은 시기에 개최되면서 한국과 독일에서 동시에 김영헌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회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동시대 안에서 거의 모든 것이 코드화 되고 숫자로 신호를 정의할 수 있는 가운데 아날로그 시대에 존재했던 신호 속의 소음 (Noise)들은 어느새 잊혀져가고 있다. 그사이 자연과 더불어 인간이 도구와 기계를 만들어 놓은 노동의 산물인 아날로그가 디지털의 모태인 사실도 간과되고 있다. 디지털은 정확한 수치로 자료를 제공하지만 그것의 관계를 지으려면 아날로그적 사고가 필요하다. 김영헌 작가는 새로운 미디어가 지배하는 시대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관찰하고 재해석하여 미래적 노스탤지어를 제시해 왔고, 지난 수년간‘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디지털적 회화’를 선보였다. 0과 1이라는 디지털 신호 전달 체계는 매 초 수천 번씩 측정되어 부호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0과 1사이의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숫자로 표기할 수 없는 무한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전자 세계에 대한 김영헌 작가의 관점은 Virtual-Scape 즉 가상 풍경으로 재현되었다. 그는 세상이 디지털화 되면서 아날로그 시대의 잊혀져가는 중요한 것들에 대한 향수를 동양적 혁필 기법으로 구현한다. 혁필 기법은 조선 후기 대중 예술로 본래 가죽 붓에 여러가지 색을 혼합한 후 빠른 동작으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이 기법은 구상적 요소들을 왜곡하거나 또는 방해하면서 우연성을 부여하고 나아가 회화적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혁필 기법으로 완성된 작품 안에는 선명한 색과 탁한 색, 직선과 자유 곡선, 낙서와 파편화된 형상들이 연결되어 캔버스에 위에 그물망을 만들어내고 점과 선의 기하학적인 이동이나 줄무늬 형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의 표현 방식은 마치 우연성을 의도한 기법처럼 보이지만 계획된 색채의 결합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전송 에러
가 발생기키는 화려한 색의 블럭들이나 점, 선들을 의도적으로 도입하고자 했다. 반면 화면 곳곳에 보이는 스크레치나 얼룩 등은 작가의 계획된 의도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무의식적 사고(accident)의 결과물이다. 이처럼 캔버스 위에서 일어나는 부수적으로 보이는 사고의 반복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고 또다른 사고(accident)를 이끌어 내준다. 김영헌의 캔버스 위에 그려진 가상 공간 안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충돌하거나 또는 균형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서 가상의 풍경들이 무한히 확장해 나간다.
Virtual-Scape 가상 풍경 전을 통해 일렉트로닉의 이율배반적 특성을 인정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상관 관계 안에서 나타나는 불안한 매력에 대한 김영헌 작가의 시선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