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앤초이 갤러리 쾰른은 변웅필 작가의 개인전 ‘Someone(한 사람)’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996년 초여름부터 2006년 초봄까지 독일에 머물렀던 작가가 독일에서 18년 만에 다시 개최하는 개인전으로, 최근 작업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단순하고 모호한 얼굴의 초상화 시리즈를 전시한다.
“사람이가장좋고사람이가장싫다. 사람이세상전부이고사람없이아무것도할수없다.”
변웅필의 작업은 항상 사람 얼굴이 그 중심에 있다.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석사와 마이스터 과정을 마친 후 그는 보다 사실적인 자화상 연작을 그렸다. 약 20년 전 독일에 머무르던 작가는 이방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특히 주변 환경에서 아웃사이더로서 눈에 띌 수밖에 없던 개인적인 경험을 작품에 반영했다. 당시 그의 유화는 사실적인 붓 터치로 자신의 얼굴을 묘사했지만, 일부 요소를 왜곡하거나 생략하여 작업 특유의 미스터리를 자아냈는데, 서양적인 유화 기법을 통해 구현된 소위 동양화적 ‘여백의 미’를 보여주었다. 이는 세상에 드러내는 자신의 겉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하며 어떤 점이 ‘나’를 ‘너희’와 다르게 만드는지, ‘우리’와 ‘그들’ 사이의 경계는 무엇인지 묻는 작가의 의문이 담겨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변웅필 작가의 작품은 한 층 정제된 스타일로 발전했고, 이제 그가 그리는 얼굴은 구상적이라기보다는 개념적이다. 이 얼굴들은 이제 자화상으로 거의 인식되지 않으며, 간소하고 철저한 선과 색상으로 구성된 이미지는 팝 아트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이라 여기는 사람의 형태”를 그렸던 초기 드로잉에서 비롯된 이 형체들은 "대상에 대한 재현의 기술에서 회화적인 표현 방법으로 전환” 하는 작업의 흐름을 드러낸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추상적 인물들은 작가가 이전에 다루던 왜곡과 생략의 접근을 더욱 구체화한다. 단순한 형태의 이들은 더 이상 특정 인물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평등해지고 정제된 그저 ‘한 사람’, ‘누군가’일뿐이다.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인식되는 작가는 더 이상 자신의 얼굴을 주변 사회와 대치되는 위치에 놓을 필요가 없다. 그의 초기 자화상은 인간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본인의 얼굴을 차용했다면, 이제는 인간 그 본질, 그 '누군가'라는 개념 자체가 논의를 이끌어 나간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그의 작품 속 서사 또한 보다 보편적이고 공통적으로 변모하여, 작품을 보는 모든 누군가 들 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과 상황들이 캔버스를 채운다.
“유학시절에, 공부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도 다시 독일에서 전시회를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던 기억이 있어요.
한국에 돌아와 작가로 하루하루 살다 보니 그것이 실제 이루어지기 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버렸네요.
막상 전시를 앞에 두고 보니 작품과 전시의 기대와 무게만큼 세월의 덧없음이 느껴지네요.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