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 15일~내년 1월 18일
[문학뉴스=남미리 기자] 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서울 종로구 팔판길 42)은 강민주 작가의 개인전 ‘Welcome to my island’를 15일부터 내년 1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의 전속작가로 소개되는 첫 개인전으로, 작가의 독특한 풍경과 의식의 흐름을 담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롤러코스터 레일과 알파카, 플라밍고가 가득한 놀이공원을 그린 대작(Flamingo and Alpaca, 2023)이 관객을 맞이한다. 관객들은 이 작품의 배경인 ‘어린이대공원’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림 속 서울의 명소는 자세히 볼수록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에 휩싸인다.
이 놀이공원은 파스텔 톤의 꿈 같은 공간으로,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것들에 줄곧 매료되지만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쉽게 불안감을 느끼는 작가가 한적한 평일에 자주 찾았던 장소다. 전시의 첫말이 되는 작품은 개인의 서사를 함축해 담아내는 작가의 작업 방식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나아가서 이러한 작품 속 요소들은 작가가 탐구하고자 하는 기억의 특성, 사실과 비논리적인 허구가 변덕스럽게 공존하는 ‘향수’의 실태를 포착하는 도구가 된다.
강민주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정확하게 그리거나 논리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흰 사막과 복분자(White Desert and Bokbunja, 2023)’ 속 이집트 사막에는 레드와인처럼 붉은빛을 띠는 복분자가 쏟아져 피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아이슬랜드의 펭귄(Penguin in Iceland, 2022)’ 그림 속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진 북유럽 마을을 우뚝 서서 바라보는 외로운 펭귄 한 마리, 그리고 ‘오아시스(Oasis, 2023)’에 다다른 지친 여행자들을 만화 같은 핫도그 가판대가 맞이한다.
작가의 작품 속 독특한 언캐니밸리(uncanny valley) 효과는 그녀의 회화적 테크닉을 통해 더해진다. 정교한 구성과 깔끔한 선들은 언뜻 보기에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비현실적이고 과장되거나 왜곡된 디테일들이 붓터치를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왜곡과 흐릿함은 ‘사실성’을 견제하는 작가의 의도적인 반항이다. 바로 이 경계 속에서 강민주의 작품은 본질이 빛을 발하며, 관객들은 작가의 순간적인 생각과 무의식적 상상이 만들어낸 비현실적인 섬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강민주(1993년생) 작가는 2015년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회화 공부를 시작으로,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학교에서 토마스 쉐이비츠 교수의 마이스터 쉴러로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2022년 뒤셀도르프의 KIT에서 베이커 틸리 쿤스트러 스티펜디움 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