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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일견 다양한 빛깔의 꽃이 가득한 꽃병 그림이지만 자세히 보면 캔버스 위에 천조각이 화면을 분할하고 모래 같은 잡 물질도 덕지덕지 붙어 있다.
유채물감은 물론 잉크, 스프레이 페인트, 목탄, 시멘트 같은 질감의 퍼미스젤까지 다양한 재료가 던져지고 벗겨지고 문질러지면서 독특한 미감을 뿜어낸다. 어두운 색감에 독특한 질감이 덧대어지면서 쓰레기같은 느낌을 주면서 상충되는 개념들이 공존한다.
영국의 신진 작가 다니엘 크루스-처브(38·Daniel Crews Chubb)는 붓을 쓰기보다는 손이나 던지기 등의 작업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꽃이나 인체 같은 구상을 주로 그리지만 표현 방식이 독특해서 추상 느낌이 나기도 한다.
크루스-처브의 꽃 그림이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갤러리는 봄 개화시기에 맞춰 서울에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41인이 젊은 감각을 발산한 그룹전 'FLOWER’를 5월 1일까지 연다.
최진희 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 대표는 "여러 작가들과 작품들이 모여 함께 꽃을 향한 오마주를 표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면서 "구상, 추상, 회화 그리고 조각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이 오래된 꽃에 대한 대화의 장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갤러리는 2012년 독일 쾰른에서 먼저 열고 한국에서부터 런던, 파리, 베를린, 제네바에 이르는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까지 갤러리 초이앤라거로 시작했다가 최선희·진희 자매가 대표를 맡으면서 올해부터 갤러리명을 초이앤초이 갤러리로 바꿔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갤러리의 새로운 출발에 맞춰서 그간 친교를 쌓아온 작가들이 국내외 전속 갤러리 허락을 얻어 그룹전에 참여했다고 한다.
사실 꽃이란 주제는 다소 식상하고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술사에서도 고대 이집트의 연꽃부터 중세 태피스트리, 보티첼리와 라헬 라위스, 그리고 조지아 오키프와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꽃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줬을 정도로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아울러 초보 미술 수집가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작품 소재이기도 하다. 지난달 화랑미술제에서 그림을 놓친 초보 수집가들은 삼청동 나들이에서 거실에 걸 만한 그림을 물색해 보는 기회도 되겠다. 1m가 넘는 대작도 있지만, 작은 소품들도 갤러리 벽을 가득 채웠다.
이번 그룹전에는 크루스-처브 외에도 조니 아브라함스(Johnny Abrahams), 크리스티안 아헨바흐(Christian Achenbach), 모자 관계인 캐서린 안홀트(Catherine Anholt)와 톰 안홀트(Tom Anholt), 안드레아스 블랑크(Andreas Blank), 아민 보엠(Armin Boehm), 프리츠 본슈틱(Fritz Bornstuck), 제니 브로신스키(Jenny Brosinski), 사샤 브릴라(Sascha Brylla), 요나스 버거트(Jonas Burgert), 변웅필, 샌정, 다니엘 피르망(Daniel Firman), 세바스티안 괴겔(Sebastian Gogel), 필립 그뢰징어(Philip Grozinger), 그레고어 힐데브란트(Gregor Hildebrandt), 정재호, 아네타 카이저(Aneta Kajzer), 조르디 커윅(Jordy Kerwick), 김재용, 피에르 크놉(Pierre Knop), 권죽희, 이세현, 이태수, 데이비드 레만(David Lehmann), 토비아스 레너(Tobias Lehner), 데일 루이스(Dale Lewis), 버나드 마틴(Bernhard Martin), 코리 메이슨(Corey Mason), 고르카 모하메드(Gorka Mohamed),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a Kim), 보리스 사콘 (Boris Saccone), 미하엘 자일스토르퍼(Michael Sailstorfer), 얀 올레 쉬만(Jan-Ole Schiemann), 파울 슈베어(Paul Schwer), 매튜 스톤(Matthew Stone), 스텔라 수진(Stella Sujin), 마틴 스트리펠만(Martin Strippelmann), 유진영, 루프레히트 폰 카우프만(Ruprecht von Kaufmann) 등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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