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데일 루이스(43)의 눈에 비친 도시는 향락과 폭력, 불평등이 가득한 곳이다.
세계 최고가의 그림들이 거래되는 아모리쇼(Armory Show) 참석을 위해 뉴욕에 간 작가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는 부유층 손님의 테이블에 노숙자가 다가서자 경찰과 지배인이 광견처럼 돌변해 폭행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방관하는 손님의 무표정과 폭력으로 피흘리는 노숙자가 대비되는 이 적나라한 풍경이 가로 3.4m 크기 초대형 회화 ‘Flat Iron’으로 재탄생했다.
2018년 초이앤초이 갤러리 개관전으로 한국을 찾았던 루이스의 두번째 개인전 ‘스윗 앤 사워(Sweet and Sour)’가 4월 22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 시대 도시의 초상을 담은 신작 20여점을 전시한다. 폭력과 마약, 섹스, 질병 등을 묘사한 강렬한 색채의 회화들은 놀랍게도 모두 작가가 직접 목격한 풍경의 재현이다. 환상과 사실이 혼재된 데일 루이스만의 우화적 리얼리즘이 캔버스 위를 수놓는다.
개막일인 10일 만난 작가는 “나는 눈으로 본 것을 그린다. 나 스스로는 이 그림이 폭력적이라 생각지 는다. 오히려 이런 폭력을 과장하지 않고 그린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습들이 낯설다면 어딜가나 흔히 존재하는 빈부격차가 인지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코드는 또 하나 있다. 작가가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고전 작품을 찾아내는 것. ‘Flat Iron’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십자가 책형’에서 영감을 받았고, 마약에 중독된 청년을 그린 ‘Weeds’는 에곤 실레 자화상을 연상시킨다. 묻지마 살인을 당한 담배를 피는 여인을 그린 ‘Smoking Kills’는 중세 시대 흑사병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십자가를 비롯한 종교적 코드가 많이 숨지만 작가는 “현대 영국에서 기독교는 문화적 아이콘에 불과하다. 어디에나 있는 풍경이라 그림에 담겼을 뿐 종교적 의미를 담진 않았다”라고 했다.
초대형 회화를 주로 그리는 그는 “1년 이상 고민하는 작품도 있을 만큼 작품의 구상에 골몰한다. 하지만 구상이 끝나면 붓을 들기만해도 그림은 그려진다”라고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빈부격차는 너무 극심해졌다. 그림을 통해 상반된 가치와 이분화된 세상을 보여주려 했다. 부유층은 천박하게 흥청망청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연민어린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캔버스에는 전시의 제목처럼 달콤함과 쌉싸름함,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